2015년 12월 30일 수요일

환자, 의사 관계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일까?

환자 입장에서는 뉴스, 방송에 보도되는 명의들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식당을 고를 때도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가야 마음이 놓이는데, 하물며 내 몸을 고치는 의사를 고를 때는 당연히 명의라고 소문난 의사를 찾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맛집에 가서 실망할 때가 있는 것처럼 아무리 명의라고 해도 찾아온 환자, 보호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을 듯 하다. 친절한 맛집을 본적이 별로 없다. 때로는 이름없는 식당보다 못한 음식을 내놓는 맛집에 실망할 때도 있다. 나는 과연 어떤 위치에 자리잡은 의사일까?

병을 잘 고치는 의사가 좋은 의사일까? 설명을 잘 하는 의사? 친절한 의사? 환자, 보호자들로서는 의사만큼의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요즘처럼 세부전문과목이 나뉘어진 시대에는 의사들끼리도 다른 분야는 잘 알 수가 없다. 흉부외과 의사라고 해도 폐수술을 하는 의사로 오래 살다 보면 심장수술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질 수 밖에 없다.

3분도 되지 않는 외래진료 시간에 과연 환자, 보호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아직도 나는 계속하여 환자, 보호자들에게 배우고 있다. 나를 찾아준 환자, 보호자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귀담아 듣다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이 보인다. 내 주장과 지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려는 것부터 제대로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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